체스의 역사와 규칙, 그리고 컴퓨터 체스 — 차투랑가에서 알파제로까지
인도의 차투랑가에서 시작해 페르시아·이슬람 세계·유럽을 거쳐 지금의 모습이 된 체스의 역사, 기본 규칙, 딥블루와 알파제로로 이어진 컴퓨터 체스의 흐름을 정리했습니다.
체스는 세계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두 사람용 전략 보드게임입니다. 가로세로 8칸 판 위에 16개씩 말을 놓고 상대의 킹을 잡을 수 없는 상태로 몰아넣으면 이깁니다. 규칙은 몇 쪽이면 설명할 수 있지만, 그 위에서 벌어지는 수읽기는 1,500년 가까이 사람들을 붙잡아 왔습니다.
이 글에서는 체스가 어디에서 왔는지, 지금의 규칙은 언제 완성됐는지, 그리고 컴퓨터가 어떻게 사람을 넘어서게 되었는지를 차례대로 살펴봅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장기와 체스가 사실 같은 조상에서 갈라져 나온 사촌이라는 이야기도 함께 다룹니다.
체스의 조상, 인도의 차투랑가
체스의 가장 오래된 선조로 알려진 게임은 인도의 차투랑가(chaturanga) 입니다. 7세기 무렵 인도에서 처음 기록으로 확인됩니다. 산스크리트어로 '네 부분'이라는 뜻인데, 고대 인도 군대를 이루던 보병·기병·코끼리 부대·전차 부대를 가리킵니다. 이 네 병종이 각각 지금의 폰, 나이트, 비숍, 룩으로 이어졌다고 봅니다.
차투랑가는 '아슈타파다'라고 불리는, 색이 칠해지지 않은 8×8 판 위에서 두었습니다. 지금 체스판이 8×8인 것도 여기에서 내려온 전통입니다.
체스 역사학자들 사이에서는 차투랑가가 다음 게임들의 공통 조상이라는 견해가 주류입니다.
| 게임 | 지역 |
|---|---|
| 체스 | 유럽 → 세계 |
| 샹치(象棋) | 중국 |
| 장기 | 한국 |
| 쇼기(将棋) | 일본 |
| 막룩 | 태국 |
| 싯투인 | 미얀마 |
즉 우리가 명절에 두는 장기와 서양의 체스는 같은 뿌리에서 동쪽과 서쪽으로 갈라져 나간 게임입니다. 장기의 상(象)이 움직이는 방식과 차투랑가 코끼리 말의 관계가 연구될 정도로, 두 게임에는 공통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페르시아의 샤트란지와 '체크메이트'의 어원
차투랑가는 인도에서 페르시아로 건너갔습니다. 600년 무렵 사산 왕조 페르시아에서는 이 게임을 '차트랑'이라 불렀고, 귀족 교육의 한 부분으로 여겼습니다. 이후 아랍이 페르시아를 정복하면서 아랍어에 없는 소리를 바꿔 샤트란지(shatranj) 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이 시기에 지금도 쓰는 말이 생겼습니다. 상대 킹을 공격할 때 페르시아어로 "샤!(왕이여!)"라고 외쳤고, 킹이 도망칠 곳이 없으면 "샤 마트!"라고 했습니다. 이것이 영어의 체크(check)와 체크메이트(checkmate)의 기원입니다.
샤트란지는 이슬람 세계 전체로 퍼졌고, 북아프리카와 이베리아반도(알안달루스), 시칠리아를 거쳐 유럽에 들어왔습니다. 스페인어 'ajedrez', 포르투갈어 'xadrez'는 샤트란지에서, 이탈리아어 'scacchi'나 프랑스어 'échecs'는 페르시아어 '샤(왕)'에서 나온 말입니다.
유럽에서 완성된 지금의 규칙
중세 유럽에 들어온 체스는 기사가 익혀야 할 교양 가운데 하나로 꼽힐 만큼 상류층에서 인기를 얻었습니다. 다만 이때의 체스는 지금보다 훨씬 느렸습니다. 지금의 퀸 자리에 있던 말은 원래 '재상(vizier)'으로, 대각선으로 한 칸만 움직이는 약한 말이었습니다. 비숍도 두 칸 대각선으로 뛰는 정도였습니다.
큰 변화는 15세기 말 스페인 발렌시아 지역에서 일어났습니다.
- 1475년 무렵 발렌시아에서 카탈루냐어로 쓰인 시 「스카치 다모르(Scachs d'amor)」에 퀸이 지금처럼 멀리 움직이는 모습이 처음 기록됩니다.
- 1475년에서 1500년 사이 퀸과 비숍의 현대식 움직임이 퍼지면서, 체스는 대략 1500년 무렵 오늘날의 모습에 가까워졌습니다.
- 1497년에는 스페인 성직자 루이스 라미레스 데 루세나가 살라망카에서 체스 책을 펴냈는데,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인쇄본 체스 책입니다.
퀸이 강해지자 게임 속도가 빨라졌고, 당시에는 이를 '미친 퀸의 체스'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폰이 처음에 두 칸 전진하는 규칙과 그에 따른 앙파상, 킹을 안전한 곳으로 옮기던 관습에서 발전한 캐슬링도 이 무렵부터 정착해 갔습니다.
체스의 기본 규칙 한눈에 보기
현대 체스의 규칙은 국제체스연맹(FIDE)이 관리합니다. FIDE는 1924년 파리에서 설립되었습니다. 핵심만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말 | 움직임 |
|---|---|
| 킹 | 모든 방향으로 한 칸 |
| 퀸 | 가로·세로·대각선으로 원하는 만큼 |
| 룩 | 가로·세로로 원하는 만큼 |
| 비숍 | 대각선으로 원하는 만큼 |
| 나이트 | L자 모양으로 이동, 다른 말을 뛰어넘을 수 있음 |
| 폰 | 앞으로 한 칸(첫 이동은 두 칸), 잡을 때는 대각선 앞 |
- 백이 먼저 둡니다. 차례를 건너뛸 수는 없습니다.
- 체크메이트: 킹이 공격받고 피할 방법이 없으면 집니다.
- 스테일메이트: 둘 차례인데 체크는 아니지만 둘 수 있는 수가 없으면 무승부입니다.
- 특수 규칙: 캐슬링(킹과 룩을 한 번에 옮기기), 앙파상(두 칸 전진한 폰을 지나간 칸에서 잡기), 프로모션(끝 줄에 닿은 폰을 다른 말로 바꾸기)이 있습니다.
- 무승부 규칙: 같은 국면이 세 번 나오면(3회 반복), 또는 양쪽이 50수 동안 폰을 움직이지 않고 말도 잡지 않으면(50수 규칙) 무승부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장기와 비교하면 차이가 분명합니다. 장기는 궁이 궁성 안에서만 움직이고 포가 말을 넘어 다니지만, 체스의 킹은 판 전체를 다닐 수 있고 폰이 끝까지 가면 퀸이 될 수 있습니다. 같은 조상에서 나왔어도 각 지역의 취향에 따라 전혀 다른 게임으로 자랐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근대 체스와 세계 챔피언의 시대
18세기 말부터 1880년대까지는 빠르고 화려한 공격을 중시하는 '낭만주의 체스'가 유행했습니다. 미국의 폴 모피는 1857년부터 1863년까지 짧은 활동 기간 동안 당대 강자들을 이겼고, 프라하 출신 빌헬름 슈타이니츠는 약점을 만들지 않고 상대 약점을 파고드는 '위치 판단'의 원리를 정리했습니다.
1886년에는 첫 공식 세계 체스 선수권이 열렸습니다. 20세기에는 쿠바의 카파블랑카, 알레힌 등을 거쳐 1948년 보트비닉 이후 소련 선수들이 오랫동안 정상을 지켰습니다. 1972년 미국의 보비 피셔가 챔피언이 되며 냉전 시대의 상징적인 장면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이후 카르포프, 카스파로프, 크람니크, 아난드를 거쳐 2013년 노르웨이의 망누스 칼센이 챔피언이 되었습니다.
컴퓨터 체스: 섀넌의 논문에서 딥블루까지
체스는 오래전부터 '기계가 생각할 수 있는가'를 시험하는 무대였습니다. 미국의 수학자 클로드 섀넌은 1950년 체스 탐색에 관한 논문을 발표해, 가능한 수를 나무(트리) 구조로 펼쳐 계산하는 방법과 유망한 수만 골라 읽는 방법이라는 두 가지 전략을 제시했습니다. 아직 체스를 두는 프로그램이 나오기 전의 일입니다.
1950년대 진공관 컴퓨터 시대의 첫 체스 프로그램들은 초보자에게도 질 만큼 약했습니다. 하지만 약 40년 뒤 상황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 연도 | 사건 |
|---|---|
| 1996년 | IBM 딥블루, 카스파로프에게 한 판을 이김. 경기 결과는 카스파로프 4-2 승 |
| 1997년 | 재대결에서 딥블루가 3½-2½로 승리 |
1996년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첫 대결의 1국은 컴퓨터가 정식 대회 조건에서 현역 세계 챔피언을 이긴 첫 판이었습니다. 1997년 뉴욕에서 열린 재대결에서는 딥블루가 경기 전체를 이겼고, 이는 현역 세계 챔피언이 대회 조건에서 컴퓨터에게 진 첫 사례로 기록됐습니다.
알파제로와 지금의 체스 엔진
딥블루 이후 체스 엔진은 일반 PC에서도 그랜드마스터를 넘는 실력을 내게 됐습니다. 대표적인 공개 엔진이 스톡피시(Stockfish) 입니다.
2017년 12월에는 구글 딥마인드가 알파제로(AlphaZero) 를 공개했습니다. 알파제로는 오프닝 책이나 끝내기 데이터베이스 없이 오직 스스로와 대국하며 배웠습니다. 딥마인드에 따르면 약 9시간 학습한 뒤 스톡피시 8과 100판을 두어 28승 72무 0패를 기록했습니다. 다만 당시 스톡피시의 설정이 불리했다는 비판도 있었고, 이후 조건을 바꾼 대국 결과가 2018년 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렸습니다.
알파제로의 영향은 컸습니다. 신경망을 쓰는 공개 엔진 리라 체스 제로(Leela Chess Zero)가 등장했고, 스톡피시도 신경망 평가 방식을 받아들였습니다. 지금은 스마트폰에서 돌아가는 엔진도 세계 최고 선수를 꾸준히 이길 수 있는 수준이라, 프로 선수들은 엔진 분석을 준비 과정의 기본으로 씁니다. 1990년대 중반에 시작된 온라인 체스도 21세기 들어 크게 대중화되었습니다.
체스를 처음 배운다면
체스를 처음 배운다면 다음 순서를 추천합니다.
- 말의 움직임과 체크메이트 개념부터 익힙니다.
- 킹과 퀸, 킹과 룩으로 상대 킹을 몰아 잡는 기본 끝내기를 연습합니다.
- 오프닝에서는 중앙을 차지하고, 나이트와 비숍을 먼저 꺼내고, 캐슬링으로 킹을 지키는 세 가지 원칙만 지켜도 충분합니다.
- 둔 판은 엔진으로 다시 보며 어디서 수가 틀어졌는지 확인합니다.
체스와 장기를 함께 즐겨 보면 같은 조상에서 나온 두 게임이 얼마나 다르게 자랐는지 직접 느낄 수 있습니다. 케케스튜디오의 액션장기는 한국 장기를 3D로 옮긴 게임이라, 체스에 익숙한 분이라면 차투랑가의 동쪽 후손을 가볍게 경험해 보기에 좋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