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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음악의 역사: 칩튠에서 오케스트라까지

사운드 칩 몇 개로 만들던 8비트 음악부터 CD 음원, 상황에 따라 바뀌는 인터랙티브 음악, 그래미 시상 부문까지 게임 음악이 걸어온 길을 정리합니다.

#게임 음악 #칩튠 #사운드트랙 #게임 역사 #인터랙티브 음악

게임 음악은 처음부터 "음악"으로 대접받지 못했습니다. 초기 게임기는 소리를 낼 수 있는 채널이 몇 개뿐이었고, 효과음과 배경음이 같은 채널을 나눠 써야 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제약 속에서 지금도 사람들이 흥얼거리는 멜로디가 많이 태어났습니다.

이 글에서는 아케이드 시절의 단순한 반복음에서 시작해, 8비트·16비트 사운드 칩 시대, CD 음원의 등장, 플레이에 반응하는 인터랙티브 음악, 그리고 콘서트홀과 시상식으로 나아간 게임 음악의 흐름을 차례로 살펴봅니다. 기술이 바뀔 때마다 작곡가의 작업 방식이 어떻게 달라졌는지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아케이드 시절: 음악이 게임 진행과 함께 움직이다

1970년대 후반 게임이 대중적인 오락이 되었을 때, 음악을 녹음해 담을 수 있는 매체는 카세트테이프나 레코드판이었습니다. 이런 매체는 비싸고 쉽게 망가져서 오락실 기계에 넣기에는 맞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게임은 전용 칩이 프로그램 코드에 따라 그때그때 소리를 만들어 내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효과음도 같은 방식으로 만들었습니다.

1978년 타이토가 낸 「스페이스 인베이더」는 게임 내내 배경음이 이어진 초기 사례로 꼽힙니다. 네 개의 낮은 음이 반복되는 아주 단순한 구성이었지만, 외계인이 내려올수록 박자가 빨라졌습니다. 음악이 화면 속 긴장감과 함께 움직인 셈이고, 이 아이디어는 이후 게임 음악의 중요한 원리가 되었습니다.

이후 아케이드 게임은 점점 더 많은 곡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코나미의 1981년작 「프로거」는 여러 곡을 상황에 따라 바꿔 틀었고, 남코의 1982년작 「디그더그」는 플레이어가 멈추면 음악도 멈추는 방식을 썼습니다. 플레이어의 행동과 음악을 묶는 시도는 이렇게 일찍부터 있었습니다.

8비트 사운드 칩과 칩튠

1980년대 가정용 게임기와 컴퓨터가 보급되면서 게임 음악은 더 넓은 사람들에게 닿았습니다. 1983년 일본에서 나온 패미컴(북미명 NES)은 다섯 개의 소리 채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사각파 두 개로 멜로디와 화음을, 삼각파로 베이스를, 노이즈 채널로 타악기 소리를 흉내 냈고, 나머지 하나로는 짧은 샘플을 재생할 수 있었습니다. 1982년에 나온 코모도어 64 컴퓨터도 여러 파형과 필터를 다룰 수 있는 사운드 칩으로 유명했습니다.

채널이 몇 개밖에 없으니 작곡가는 꼭 필요한 음만 골라야 했습니다. 효과음이 나오는 순간 음악 한 성부가 잠깐 끊기는 일도 흔했습니다. 그래서 이 시기 곡들은 멜로디가 또렷하고, 짧은 마디가 반복되어도 질리지 않도록 짜여 있습니다. 「슈퍼 마리오브라더스」와 「젤다의 전설」의 곤도 고지, 「드래곤 퀘스트」의 스기야마 고이치, 「파이널 판타지」의 우에마쓰 노부오 같은 작곡가들이 이 시기에 이름을 알렸습니다.

이렇게 사운드 칩으로 만든 음악, 또는 그 소리를 일부러 흉내 낸 음악을 오늘날 칩튠이라고 부릅니다. 기술적 한계에서 생긴 소리가 하나의 장르가 된 것입니다. 지금도 레트로 분위기를 내는 인디 게임이나 일반 대중음악에서 칩튠 음색을 자주 들을 수 있습니다.

16비트 시대: 샘플 음원과 공간감

1990년 일본에서 나온 슈퍼 패미컴은 소니가 만든 전용 사운드 칩을 썼습니다. 실제 악기 소리를 녹음한 짧은 샘플을 여덟 채널로 재생하고, 잔향 같은 효과도 걸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파이널 판타지 IV」나 「크로노 트리거」처럼 현악기·관악기 느낌을 살린 곡이 나올 수 있었습니다.

같은 시기 PC 쪽에서는 사운드 카드와 MIDI가 중요했습니다. 애드립, 사운드 블라스터 같은 카드가 퍼졌고, 1992년에는 롤랜드가 General MIDI 규격을 따르는 카드를 내놓았습니다. 개발자는 악보 데이터에 가까운 MIDI 파일을 만들고, 실제 소리는 사용자의 사운드 카드가 내는 방식이었습니다. 같은 게임이라도 어떤 카드를 쓰느냐에 따라 음악이 다르게 들렸던 이유입니다.

CD-ROM: 녹음된 음악이 게임에 들어오다

광디스크가 게임 매체가 되면서 큰 전환이 일어났습니다. CD는 카트리지보다 훨씬 많은 데이터를 담을 수 있었기 때문에,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음악을 그대로 넣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1989년 무렵 PC엔진 CD-ROM² 게임들이 CD 음원을 쓰기 시작했고, 1994년에 나온 플레이스테이션은 CD 수준의 샘플을 24채널로 재생할 수 있었습니다.

녹음된 음악의 가장 큰 장점은 작곡가가 더 이상 하드웨어 사정을 깊이 알 필요가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원하는 악기를 원하는 만큼 써서 녹음하면 그대로 게임에 들어갔습니다. 대중음악가가 게임 음악에 참여하는 사례도 늘었습니다. 1996년 「퀘이크」의 음악을 나인 인치 네일스의 트렌트 레즈너가 맡은 것이 잘 알려진 예입니다. 이미 발표된 노래를 사서 쓰는 라이선스 음악도 이 무렵부터 레이싱·스포츠 게임을 중심으로 흔해졌습니다.

다만 모든 게임이 곧바로 녹음 음원으로 넘어간 것은 아닙니다. 「파이널 판타지 VII」처럼 CD 게임이면서도 게임기 내장 음원으로 연주하는 방식을 유지한 작품도 있었습니다. 저장 공간이 넉넉하지 않았던 휴대용 게임기에서는 2000년대 중반까지도 이런 방식이 많이 쓰였습니다.

인터랙티브 음악: 플레이에 반응하는 사운드트랙

영화 음악은 장면이 정해져 있지만, 게임은 플레이어가 언제 무엇을 할지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게임 음악은 "얼마나 길게 반복해도 자연스러운가", "상황이 바뀔 때 어떻게 넘어가는가"를 늘 고민해야 합니다.

루카스아츠는 1990년대 초 iMUSE라는 시스템을 만들어 어드벤처 게임과 「X-윙」 같은 비행 게임에 썼습니다. 장면이 바뀌면 곡이 끊기지 않고 다음 곡으로 매끄럽게 이어지도록 한 것입니다. 이후 게임기 성능이 오르면서, 녹음된 음악에도 실시간으로 효과를 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스노보드 게임 「SSX」에서는 점프해 공중에 뜨면 음악이 먹먹해지고 바람 소리가 커졌다가, 착지하면 원래대로 돌아옵니다.

오늘날에는 이런 방식이 흔합니다. 전투가 시작되면 타악기 층이 더해지고, 위험이 사라지면 다시 빠지는 식으로 곡을 여러 층으로 나눠 상황에 맞게 섞습니다. 작곡가는 완성된 한 곡이 아니라 "조합 가능한 조각들"을 만들고, 사운드 디자이너와 프로그래머가 그 조각을 게임 규칙에 연결합니다.

시기주된 방식작곡가의 과제
아케이드·8비트사운드 칩이 실시간 연주적은 채널로 기억에 남는 멜로디
16비트·PC샘플 음원, MIDI기기마다 다른 소리, 용량 관리
CD 이후녹음된 음원 재생반복 구간과 전환 처리
현대여러 층을 실시간으로 섞음상황별 조각 설계, 엔진과의 연동

게임 밖으로 나간 게임 음악

게임 음악을 따로 듣고 연주하는 문화도 일찍 시작되었습니다. 스기야마 고이치는 1986년 첫 「드래곤 퀘스트」 이후 곡을 관현악으로 편곡해 음반과 공연으로 선보였고, 1987년부터 정기적인 콘서트를 열었습니다.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도 관현악 공연이 이어졌고, 2004년에는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이 미국 최초의 공식 「파이널 판타지」 콘서트를 열었습니다. 2005년에는 여러 게임의 음악을 묶어 들려주는 「비디오 게임즈 라이브」가 할리우드 볼에서 공연했습니다.

음악계의 인정도 조금씩 따라왔습니다. 「문명 IV」의 주제곡 "바바 예투"는 작곡가 크리스토퍼 틴의 앨범에 실린 편곡으로 2011년 그래미상을 받았고, 이것이 게임 음악이 그래미 후보에 오르고 수상한 첫 사례입니다. 2013년에는 「저니」의 음악이 영상 매체 음악 부문 후보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2022년 그래미는 게임 및 인터랙티브 미디어 음악 부문을 새로 만들었고, 2023년 첫 시상에서 「어쌔신 크리드 발할라: 라그나로크의 새벽」을 작곡한 스테파니 에코노무가 상을 받았습니다.

정리: 제약이 만든 음악, 자유가 만든 음악

게임 음악의 역사는 기술의 역사와 거의 겹칩니다. 채널이 몇 개뿐이던 시절에는 제약 덕분에 단순하고 또렷한 멜로디가 나왔고, 저장 공간이 넉넉해지자 오케스트라 녹음과 라이선스 음악이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성능이 더 오르자 음악이 플레이에 실시간으로 반응하게 되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옛 방식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칩튠은 장르로 남았고, 작은 인디 게임은 지금도 일부러 8비트 음색을 고르기도 합니다. 게임을 할 때 배경에 깔린 음악이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졌는지 귀 기울여 보면, 그 게임이 어떤 시대의 기술과 고민 위에 서 있는지 조금 더 잘 보일 것입니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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