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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등급 제도: 한국 게임물관리위원회, ESRB, PEGI, CERO

한국 게임물관리위원회와 북미 ESRB, 유럽 PEGI, 일본 CERO의 연령 등급이 어떻게 생겼고 무엇을 기준으로 하는지, 디지털 시대에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비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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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상자나 앱 상점 화면 한쪽에는 늘 작은 표시가 붙어 있습니다. "12세 이용가", "T", "PEGI 16", "CERO B" 같은 것들입니다. 이 표시는 게임의 난이도가 아니라 내용이 어느 나이에 적합한지를 알려 주는 연령 등급입니다.

나라마다 등급을 매기는 기관도, 기준도, 법적인 힘도 다릅니다. 같은 게임이 한국에서는 15세 이용가인데 유럽에서는 PEGI 12를 받는 일도 생깁니다. 이 글에서는 한국 게임물관리위원회(GRAC), 북미 ESRB, 유럽 PEGI, 일본 CERO가 각각 어떻게 생겨났고 어떤 등급을 쓰는지, 그리고 온라인 결제와 확률형 아이템이 등장하면서 등급 제도가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정리합니다.

게임 등급 제도는 왜 생겼을까

게임 등급 제도의 출발점에는 대부분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게임을 아이들이 아무 제한 없이 산다"는 사회적 우려가 있었습니다. 1990년대 들어 그래픽이 사실적으로 변하고 실사 영상을 쓰는 게임이 나오자 이런 걱정이 커졌습니다.

등급 제도에는 크게 두 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하나는 정부나 법률에 근거한 기관이 등급을 정하는 법정 심의이고, 다른 하나는 업계가 스스로 기관을 만들어 운영하는 자율 규제입니다. 한국은 앞의 방식에 가깝고, ESRB·PEGI·CERO는 기본적으로 업계 자율 규제에서 출발했습니다. 다만 자율 규제라도 판매점과 플랫폼이 등급 없는 게임을 받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강한 영향력을 가집니다.

한국: 게임물관리위원회(GRAC)

한국에서는 원래 영화·음반 등과 함께 영상물등급위원회가 게임도 심의했습니다. 2006년 사행성 아케이드 게임 「바다이야기」 사태가 큰 사회 문제가 되면서, 같은 해 개정된 게임산업진흥법에 따라 게임만 전담하는 게임물등급위원회가 2006년 10월 출범했습니다. 이 기관은 2013년 12월 게임물관리위원회로 바뀌었고, 본부는 부산에 있습니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선정성, 폭력성, 범죄·약물 같은 반사회성, 언어, 사행성을 기준으로 다음 네 가지 등급을 매깁니다.

등급의미
전체이용가누구나 이용 가능
12세 이용가12세 미만에게 부적절한 요소 포함
15세 이용가15세 미만에게 부적절한 요소 포함
청소년이용불가청소년에게 부적절한 요소 포함

아케이드 게임은 예외적으로 전체이용가와 청소년이용불가 두 등급만 적용합니다. 기준을 크게 넘는 게임은 등급분류가 거부되어 국내에서 유통할 수 없습니다.

한국 제도의 특징은 법적 구속력이 강하다는 점입니다. 국내에서 유통하는 게임은 원칙적으로 등급분류를 받아야 하고, 위원회는 불법 게임물 단속과 사후 관리도 맡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게임을 위원회가 직접 보는 것은 아닙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정한 자체등급분류사업자는 정해진 기준에 따라 자기 플랫폼에서 서비스하는 게임의 등급을 스스로 매길 수 있습니다. 하루에도 수많은 게임이 올라오는 앱 마켓을 현실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또 위원회는 2017년 12월 국제등급분류연합(IARC)에 가입했습니다.

북미: ESRB

ESRB(Entertainment Software Rating Board)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쓰는 등급 기관입니다. 1993년 미국 상원 청문회에서 「모탈 컴뱃」 같은 게임의 폭력 표현이 문제가 되었고, 정부 규제를 피하기 위해 업계가 1994년 직접 만든 자율 기구입니다. 지금의 미국 게임 업계 단체인 ESA가 설립했습니다.

현재 쓰는 주요 등급은 다음과 같습니다.

  • E (Everyone): 모든 연령
  • E10+ (Everyone 10+): 10세 이상, 2005년 신설
  • T (Teen): 13세 이상
  • M (Mature 17+): 17세 이상
  • AO (Adults Only 18+): 성인 전용
  • RP (Rating Pending): 심의 대기 중

과거에는 유아용 EC(Early Childhood) 등급도 있었지만 2018년에 폐지되었습니다. ESRB 등급은 법률이 아니지만, 주요 콘솔 제조사가 등급 없는 게임을 승인하지 않고 많은 판매점이 AO 게임을 취급하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시장의 규칙 역할을 합니다. 등급 외에 내용 설명(content descriptor)과, 온라인 상호작용이나 게임 내 구매 여부를 알리는 표시도 함께 붙습니다.

유럽: PEGI

PEGI(Pan-European Game Information)는 유럽 대부분의 나라에서 쓰는 공통 등급입니다. 유럽 게임 업계 단체가 만들었고 2003년 4월부터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그 전에는 나라마다 따로 있던 등급 체계를 하나로 묶은 것입니다. 다만 독일은 USK라는 별도의 기관을 씁니다.

PEGI는 숫자 등급 다섯 가지를 씁니다.

등급의미
PEGI 3모든 연령
PEGI 7어린 아이에게 무서울 수 있는 장면
PEGI 12판타지 캐릭터에 대한 다소 사실적인 폭력, 가벼운 욕설 등
PEGI 16사실적인 폭력, 강한 언어, 약물 등
PEGI 18매우 강한 폭력, 노골적인 성적 표현 등

여기에 폭력, 공포, 욕설, 성적 내용, 도박, 약물, 차별, 게임 내 구매 같은 그림 표시가 함께 붙어, 등급이 왜 그렇게 정해졌는지 알려 줍니다.

최근 가장 큰 변화는 게임 기능 자체를 등급에 반영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PEGI는 2026년 6월부터 새로 심의하는 게임에 대해 게임 내 구매, 유료 무작위 아이템, 소통 기능, 계속 플레이하게 만드는 장치 같은 요소를 함께 평가하고 있습니다. 2026년 10월부터는 이미 PEGI 3·7·12를 받은 디지털 전용 게임 중 루트 박스 같은 유료 무작위 아이템이 있는 게임의 등급을 PEGI 16으로 올리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내용 표현만 보던 등급이 이제 비즈니스 모델까지 들여다보게 된 것입니다.

일본: CERO

CERO(컴퓨터 엔터테인먼트 레이팅 기구)는 일본의 게임 등급 기관입니다. 2002년 6월 일본 게임 업계 단체인 CESA의 한 부문으로 설립되었고, 이후 특정비영리활동법인이 되었습니다.

2006년 3월부터 쓰는 현재 체계는 알파벳으로 등급을 표시합니다.

  • A: 전 연령 대상
  • B: 12세 이상 대상
  • C: 15세 이상 대상
  • D: 17세 이상 대상
  • Z: 18세 이상만 대상

이 가운데 Z만 판매 제한이 있는 등급이고, 나머지는 권고 성격입니다. 2006년 개정 전에는 모든 등급이 권고였는데, 성인용 게임이 일부 지역에서 판매 제한 대상이 되는 일이 생기면서 업계가 자율적으로 18세 미만 판매를 막는 Z 등급을 도입했습니다. CERO는 최고 등급인 Z로도 허용하지 않는 "금지 표현"을 정해 두고 있어, 해외판보다 일부 장면이 수정된 채 일본에 출시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네 제도를 한눈에 비교

구분한국 GRAC북미 ESRB유럽 PEGI일본 CERO
출범2006년(전신)1994년2003년2002년
성격법정 공공기관업계 자율업계 자율업계 자율
최고 등급청소년이용불가AOPEGI 18Z
표기 방식연령영문 약자숫자알파벳

같은 게임이라도 나라별로 등급이 다르게 나오는 이유는 사회가 민감하게 여기는 부분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어떤 곳은 폭력에, 어떤 곳은 성적 표현이나 도박 요소에 더 엄격합니다.

디지털 시대의 등급: IARC와 앱 마켓

앱 마켓과 디지털 상점에서는 하루에도 수많은 게임이 올라옵니다. 이 모든 게임을 사람이 직접 플레이하며 심의하기는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2012년 ESRB, PEGI, 호주 등급 기관, 독일 USK 등이 모여 국제등급분류연합(IARC)을 만들었습니다.

IARC 방식에서는 개발자가 온라인 설문에 게임 내용을 답하면, 각 나라의 기준에 맞춘 등급이 한 번에 자동으로 나옵니다. 한국 게임물관리위원회도 참여하고 있고, 구글 플레이 같은 상점이 이 체계를 쓰고 있습니다. 개발자가 설문에 사실과 다르게 답하면 출시 후 점검을 통해 등급이 바뀌거나 판매가 제한될 수 있습니다.

정리: 등급 표시는 부모와 플레이어를 위한 정보

게임 등급은 게임을 검열하기 위한 장치라기보다, 사는 사람이 내용을 미리 알 수 있도록 돕는 정보 표시에 가깝습니다. 특히 자녀가 게임을 한다면 연령 숫자만 보지 말고 함께 붙은 내용 표시, 게임 내 구매나 온라인 소통 여부까지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등급 제도는 지금도 바뀌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화면에 무엇이 나오는지만 봤다면, 이제는 결제 구조와 플레이를 계속 유도하는 장치까지 등급의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게임을 만드는 쪽에서도 출시하려는 나라의 등급 기준을 개발 초기부터 염두에 두는 것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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