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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과 교육: 오리건 트레일부터 마인크래프트 교실까지

에듀테인먼트의 출발점인 오리건 트레일, 1980년대 교육용 게임 붐, 마인크래프트 에듀케이션과 디스커버리 투어, 과학 연구에 쓰인 폴드잇까지 게임이 교육과 만나 온 과정을 정리합니다.

#교육용 게임 #에듀테인먼트 #기능성 게임 #마인크래프트 #게이미피케이션

"게임은 공부를 방해한다"는 말은 오래전부터 들려왔습니다. 그런데 비디오 게임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게임은 꽤 이른 시기부터 교실 안에 있었습니다. 학교 컴퓨터에서 역사를 가르치기 위해 만든 게임이 수십 년 동안 이어지는 시리즈가 되기도 했고, 오락용으로 만든 게임이 나중에 학교 수업 도구로 쓰이기도 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교육용 게임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1980년대 '에듀테인먼트' 붐이 왜 생겼는지, 그리고 마인크래프트와 같은 상업 게임이 어떻게 교실로 들어갔는지를 살펴봅니다. 마지막으로 게임이 교육에 도움이 되는 이유와 한계도 함께 정리합니다.

교육용 게임과 에듀테인먼트, 기능성 게임

먼저 말을 정리해 두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비슷해 보이지만 쓰임새가 조금씩 다릅니다.

용어뜻예
에듀테인먼트교육(education)과 오락(entertainment)을 합친 말. 학습 내용을 재미 요소로 감싼 게임매스 블래스터, 카르멘 샌디에이고
교육용 게임창의적 사고와 문제 해결을 이끌도록 설계된 게임. 정해진 순서 없이 탐색하는 경우가 많음오리건 트레일, 교육용 마인크래프트
기능성 게임(시리어스 게임)오락보다 다른 목적(교육, 훈련, 의료, 연구 등)이 우선인 게임폴드잇, 각종 훈련 시뮬레이터
게이미피케이션게임이 아닌 활동에 점수·레벨·보상 같은 게임 요소를 붙이는 것학습 앱의 연속 출석 보상

영어 위키백과의 교육용 게임 문서는 에듀테인먼트를 "학습 내용을 일직선으로 반복시키면서 겉을 재미 요소로 감싼 것"으로, 교육용 게임을 "창의적 사고와 문제 해결, 더 많은 상호작용을 이끄는 것"으로 나눕니다. 실제로는 경계가 흐릿하지만, 이 구분은 "어떤 게임이 정말 배우게 하는가"를 생각할 때 좋은 기준이 됩니다.

게임으로 무언가를 가르치려는 생각 자체는 아주 오래되었습니다. 뱀과 사다리 게임은 전통적으로 좋은 행동과 나쁜 행동의 결과를 칸의 오르내림으로 보여 주었고, 1903년 리지 매기가 만든 「지주 게임(The Landlord's Game)」은 토지 소유 제도의 문제를 보여 주려고 만든 보드게임으로, 훗날 「모노폴리」의 원형이 되었습니다.

출발점: 메인프레임 위의 「오리건 트레일」

비디오 게임 쪽에서 교육 게임의 뿌리로 꼽히는 작품이 「오리건 트레일」입니다. 1971년 미국 미네소타의 칼턴 칼리지 학생이던 돈 라위치, 빌 하이네만, 폴 딜렌버거가 만들었습니다. 라위치가 미니애폴리스의 한 중학교에서 역사 수업을 맡게 되자, 19세기 서부 개척민의 삶을 가르치기 위해 약 2주 만에 만든 게임이었습니다.

당시 학교 컴퓨터에는 모니터가 없고 종이에 글자를 찍어 내는 텔레프린터가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첫 버전에는 그림이 전혀 없었습니다. 플레이어는 1847년 미주리주 인디펜던스에서 오리건 시티까지 마차 행렬을 이끌며 식량과 탄약을 사고, 사냥을 하고, 폭풍이나 마차 고장 같은 사건에 대응합니다. 사냥할 때는 "BANG" 같은 단어를 빠르게 쳐야 했습니다.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지만 학기가 끝나자 학교 메인프레임에서 지워졌습니다. 라위치는 1974년 미네소타 교육 컴퓨팅 컨소시엄(MECC)에서 게임을 다시 만들었고, 이번에는 실제 개척민의 일기와 기록을 참고해 사건이 일어날 확률을 조정했습니다. 이후 애플 II 등 개인용 컴퓨터로 옮겨졌고, 1985년에는 그래픽을 갖춘 상업용 게임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시리즈는 누적 6,500만 장 이상 팔렸고 세계 비디오 게임 명예의 전당에도 올랐습니다.

오리건 트레일이 중요한 이유는 "역사 지식을 외우게 하는 게임"이 아니라 "역사 속 사람이 되어 선택하게 하는 게임"이었다는 점입니다. 식량을 얼마나 살지, 언제 쉬어 갈지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학생은 개척 시대의 어려움을 몸으로 느끼게 됩니다.

1980년대 에듀테인먼트 붐

1980년대 초 교육용 게임이 크게 늘어난 데에는 산업의 사정도 있었습니다. 1983년 북미 비디오 게임 시장 붕괴로 가정용 게임기 시장이 무너지고 그 자리를 가정용 컴퓨터가 채웠습니다. 동시에 오락실은 폭력성과 중독 논란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컴퓨터 게임 회사들은 아이들도 즐겁고 부모와 교사도 만족할 수 있는 교육용 게임을 새로운 시장으로 보았습니다. 1983년 무렵부터 '에듀테인먼트'라는 말이 광고와 언론에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이 시기 대표작은 다음과 같습니다.

  • 매스 블래스터!(1983): 교사 출신 잰 데이비슨이 만든 게임으로, 화면에 나온 수학 문제의 정답을 대포로 맞히는 방식입니다. 교사와 부모가 직접 문제를 만들 수 있는 편집 기능이 있었습니다. 첫 작품은 단순 반복 연습이었지만, 1987년 후속작부터 이야기가 붙었습니다.
  • 카르멘 샌디에이고는 어디에?(1985): 브로더번드가 만든 게임으로, 플레이어는 탐정이 되어 세계 곳곳을 돌며 도둑을 쫓습니다. 단서를 풀려면 지리 지식이 필요했고, 게임에 연감(The World Almanac)이 함께 들어 있었습니다.
  • 리더 래빗, 점비니 시리즈: 읽기와 논리적 사고를 다룬 러닝 컴퍼니의 시리즈로, 1990년대까지 가정과 학교에서 널리 쓰였습니다.

이 게임들은 많은 아이에게 첫 컴퓨터 경험이 되었습니다. 다만 "문제 풀기에 게임 껍데기만 씌웠다"는 비판도 따라다녔습니다. 이런 비판은 오락보다 교육과 훈련을 앞세운 '기능성 게임'이라는 갈래가 따로 자리 잡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휴대용 기기와 '두뇌 트레이닝'

2005년 닌텐도 DS로 나온 「매일매일 DS 두뇌 트레이닝」(북미명 Brain Age)은 교육용 게임이 대중적인 상업 게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습니다. 일본의 뇌과학자 가와시마 류타의 연구에서 아이디어를 얻었고, 계산 문제와 스트루프 검사, 스도쿠 등을 매일 조금씩 풀게 했습니다. 닌텐도 자료 기준으로 2015년 9월까지 전 세계에서 1,901만 장이 팔렸습니다.

하지만 이 게임에도 과학적 효과에 대한 논란이 따랐습니다. 게임 안에서 '뇌 나이'가 젊어져도 그것이 일상생활의 인지 능력 향상으로 이어지는지는 분명하지 않다는 지적이었습니다. 게임 속 성적과 실제 학습 효과를 구분해야 한다는 점은 지금도 교육용 게임을 볼 때 중요한 질문입니다.

상업 게임이 교실로 들어가다

교육을 목적으로 만들지 않은 게임이 교육에 쓰이는 경우도 많습니다. 「심시티」는 도시 운영의 사회·경제적 문제를, 「문명」이나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는 역사와 정치, 경제를 생각하게 합니다. 이런 게임은 정답을 알려 주지 않고, 플레이어가 직접 규칙을 시험해 보면서 원리를 깨닫게 합니다.

마인크래프트 에듀케이션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마인크래프트입니다. 2011년 학교에서 마인크래프트를 쓸 수 있도록 돕는 MinecraftEdu 프로젝트가 모장과 협력해 시작되었습니다. 교사는 학생의 진행 상황을 확인하고, 학생은 수업 과제를 끝냈다는 증거로 화면을 캡처해 제출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마이크로소프트가 모장을 인수한 뒤 2016년 11월 1일 학교용 「마인크래프트 에듀케이션 에디션」이 정식으로 나왔습니다. 미리 만들어진 수업 계획과 교사용 관리 기능이 들어 있고, 지금은 윈도우·맥·아이패드·크롬북 등에서 쓸 수 있습니다.

마인크래프트는 수업 도구를 넘어 사회적 메시지를 전하는 공간으로도 쓰였습니다. 국경없는기자회는 2020년 3월 12일 마인크래프트 안에 「검열되지 않은 도서관」을 열고, 여러 나라에서 금지된 기사를 게임 속 책으로 담았습니다. 언론 접근이 막힌 나라에서도 게임 서버로는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한 것입니다.

어쌔신 크리드 디스커버리 투어

유비소프트는 2018년 2월 「어쌔신 크리드 오리진」에 전투를 모두 뺀 「디스커버리 투어」 모드를 추가했습니다. 고대 이집트의 유적과 생활상을 소개하는 75개의 안내 투어로 이루어져 있고, 역사학자와 이집트학자의 자료를 바탕으로 했습니다. 교사가 학생들에게 그대로 보여 줄 수 있게 만든 것이 특징입니다. 이후 그리스와 바이킹 시대를 다룬 후속작에도 같은 모드가 붙었습니다. 다만 게임 연출을 위해 바꾼 부분이 실제 역사와 다르다는 비판도 있어, 수업에 쓸 때는 교사의 해설이 필요합니다.

커벌 스페이스 프로그램

2015년 정식 출시된 「커벌 스페이스 프로그램」은 궤도 역학을 비교적 사실적으로 구현한 우주 비행 시뮬레이션입니다. 플레이어는 로켓을 직접 설계하고 궤도에 올리며 호만 전이 궤도 같은 실제 기동을 익히게 됩니다. NASA와 유럽우주국(ESA)이 이 게임과 협업하기도 했고, 교육용 버전인 KerbalEdu도 만들어졌습니다.

게임이 연구를 돕는 경우: 폴드잇

게임은 배우는 도구를 넘어 실제 과학 연구에 참여하는 통로가 되기도 합니다. 미국 워싱턴 대학교가 만든 「폴드잇(Foldit)」은 단백질 구조를 퍼즐처럼 접는 게임입니다. 플레이어가 찾은 높은 점수의 구조를 연구자들이 분석합니다.

2011년 폴드잇 플레이어들은 원숭이 바이러스(M-PMV)의 단백질 분해효소 구조를 밝히는 데 기여했습니다. 15년 동안 풀리지 않던 문제였는데, 퍼즐이 공개된 뒤 플레이어들이 열흘 만에 충분히 정확한 3D 모델을 만들어 냈습니다. 비전문가도 게임이라는 형식을 통해 과학 연구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 대표 사례입니다.

게임은 왜 배우게 만드는가

교육 연구자들이 게임에서 주목하는 점은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1. 실패해도 다시 하는 구조: 게임에서는 실패가 끝이 아니라 다음 시도의 정보가 됩니다. 이를 "생산적 실패"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시험지 위의 오답보다 부담이 적어서 학생이 계속 시도하게 됩니다.
  2. 즉각적인 피드백: 선택의 결과가 바로 화면에 나타나므로, 원인과 결과의 관계를 빨리 익힐 수 있습니다.
  3. 직접 해 보는 학습: 오리건 트레일이나 커벌 스페이스 프로그램처럼, 설명을 듣는 대신 시스템을 직접 움직여 보며 원리를 이해합니다.
  4. 적절한 난이도 조절: 잘 만든 게임은 쉬운 단계에서 어려운 단계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학생이 지루함과 좌절 사이에서 집중을 유지하도록 돕습니다.

좋은 교육용 게임은 "공부를 시키는 게임"이라기보다 "생각하지 않고는 이길 수 없는 게임"에 가깝습니다.

한계와 주의할 점

게임이 만능은 아닙니다. 교육용 게임을 연구해 온 심리학자 시몬 에겐펠트-닐센은 게임의 교육 효과를 다룬 연구들 가운데 방법론이 약한 것이 많다고 비판했습니다. 몇 가지 주의할 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 재미와 학습이 따로 놀 수 있음: 문제 풀이와 보상이 분리된 게임은 학생이 문제보다 보상에만 집중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 게임 속 성과 ≠ 실제 능력: 두뇌 트레이닝 논란처럼, 게임 점수가 오른다고 해서 그 능력이 다른 상황으로 옮겨 간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 교사의 역할: 디스커버리 투어 사례처럼, 게임이 보여 주는 내용이 항상 정확한 것은 아닙니다. 게임을 수업에 쓸 때는 앞뒤 설명과 토론이 함께 있어야 효과가 커집니다.
  • 기기와 접근성: 모든 학교와 가정이 같은 기기를 갖춘 것은 아니므로, 게임 기반 수업은 격차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정리

오리건 트레일의 텔레프린터에서 마인크래프트의 교실 서버까지, 게임과 교육은 50년 넘게 함께 걸어왔습니다. 처음에는 "공부를 재미있게 포장하는 것"에서 출발했지만, 점점 "직접 해 보며 원리를 깨닫는 것", 나아가 "실제 문제를 함께 푸는 것"으로 넓어졌습니다.

퍼즐 게임도 이런 흐름과 닿아 있습니다. 규칙을 관찰하고 가설을 세운 뒤 시험해 보는 과정은 그 자체로 논리적 사고 연습이기 때문입니다. 게임을 교육에 쓸 때 중요한 것은 게임을 고르는 일만큼, 게임 안에서 일어난 일을 실제 배움으로 연결해 주는 사람의 역할이라는 점을 기억해 둘 만합니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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