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월드 게임의 역사: 엘리트·젤다에서 GTA·엘든 링까지
1980년대 엘리트와 젤다의 전설에서 시작해 슈퍼 마리오 64·쉔무, GTA III, 엘더 스크롤, 젤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 엘든 링으로 이어진 오픈 월드 게임의 역사와 설계 특징을 정리합니다.
오픈 월드는 특정 장르라기보다 게임 세계를 짜는 방식에 가깝습니다. 정해진 순서의 스테이지를 하나씩 깨는 대신, 넓게 이어진 세계를 플레이어가 원하는 순서와 방법으로 돌아다니게 하는 설계입니다. 지금은 액션, RPG, 레이싱, 생존 게임까지 많은 장르가 이 방식을 씁니다.
이 글에서는 오픈 월드의 정의와 샌드박스와의 차이, 1980년대의 초기 작품들, 3D로 넘어간 1990년대, GTA III 이후 대형 오픈 월드의 시대, 그리고 시스템 중심 설계로 바뀐 최근 흐름까지 살펴봅니다. 대표작 표와 설계 과제도 함께 정리합니다.
오픈 월드란 무엇인가
오픈 월드 게임은 비선형적인 넓은 공간을 제공하고, 목표에 이르는 길이 여러 갈래인 게임을 말합니다. 짧은 레벨이 줄지어 있는 구조보다 탐험의 여지가 크며, 평가할 때는 플레이어가 주 목표를 잠시 내려놓았을 때도 세계와 흥미롭게 상호작용할 거리가 있는지가 중요하게 여겨집니다.
비슷하게 쓰이는 말로 '샌드박스'가 있지만 의미는 조금 다릅니다.
- 오픈 월드: 어디로 갈 수 있는가, 즉 탐험의 자유를 가리킵니다.
- 샌드박스: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즉 도구와 창작의 자유를 가리킵니다.
예를 들어 비행 시뮬레이터는 지도 안 어디든 날 수 있으니 오픈 월드에 가깝지만, 창작 요소가 적어 샌드박스라고 부르지는 않습니다. 두 성격을 모두 가진 게임에서는 단순한 규칙들이 맞물려 개발자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생기는 '창발적 플레이'가 자주 나타납니다.
기원: 1980년대의 열린 세계
무엇을 최초의 오픈 월드로 볼지는 정의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합의된 답은 없습니다. 다만 몇몇 작품이 자주 거론됩니다.
1976년 텍스트 어드벤처 『콜로설 케이브 어드벤처』는 글로 묘사된 동굴을 자유롭게 돌아다니게 했습니다. 1984년 데이비드 브레이븐과 이언 벨이 만든 『엘리트(Elite)』는 수천 개의 행성과 교역, 전투를 아주 작은 메모리에 담기 위해 절차적 생성을 썼고, 정해진 목표 없이 우주를 떠도는 자유를 보여 주었습니다.
일본에서는 1984년 『하이드라이드』가 탐험에 보상을 주는 액션 RPG로, 1986년 닌텐도의 『젤다의 전설』이 넓고 이어진 세계를 자유롭게 탐험하는 게임으로 꼽힙니다. 젤다의 전설은 이후 많은 게임이 열린 세계를 택하는 데 영향을 주었습니다. 컴퓨터 쪽에서는 『울티마』 시리즈가 넓은 필드를 오가는 RPG를 보여 주었고, 1985년 『머서너리(Mercenary)』는 3D 오픈 월드 액션 어드벤처의 이른 사례로 언급됩니다.
1990년대: 3D로 넘어간 세계
1990년대에는 3D 그래픽과 함께 열린 공간이 입체가 되었습니다.
- 엘더 스크롤 II: 대거폴(1996, 베데스다): 절차적 생성을 활용해 매우 넓은 지역을 만들었고, 플레이어가 원하는 인물로 살아갈 수 있는 자유를 내세웠습니다.
- 슈퍼 마리오 64(1996, 닌텐도): 아날로그 스틱과 카메라 조작으로 3D 공간을 자유롭게 누비는 감각을 제시했습니다. 하나의 큰 세계라기보다 여러 개의 열린 코스로 이루어졌지만, 3D 탐험의 기준을 세웠습니다.
- 젤다의 전설 시간의 오카리나(1998, 닌텐도): 3D로 넓은 필드와 던전을 연결했습니다.
- 쉔무(1999, 세가): 낮과 밤, 날씨가 바뀌고, 목소리가 있는 주민들이 각자 일과를 보내는 도시를 구현해 '열린 도시' 계열의 출발점으로 평가받습니다.
같은 시기 DMA 디자인(현 록스타 노스)은 위에서 내려다보는 2D 『그랜드 테프트 오토』(1997)로 도시를 자유롭게 누비는 범죄 게임을 시작했습니다.
GTA III 이후: 대형 오픈 월드의 시대
2001년 『그랜드 테프트 오토 III』는 오픈 월드의 역사에서 가장 자주 언급되는 전환점입니다. 앞선 게임들의 요소를 3D 도시 안에 하나로 묶어, 차를 몰고 라디오를 들으며 주 임무와 상관없이 도시를 돌아다니는 경험을 만들었습니다. 개발진은 엘리트, 시간의 오카리나, 슈퍼 마리오 64 등을 영향을 받은 작품으로 꼽았습니다. 이후 10년 가까이 비슷한 '도시형 오픈 월드' 게임이 많이 나왔습니다.
이 시기 다른 갈래도 자랐습니다.
- 판타지 RPG: 베데스다의 『모로윈드』(2002), 『오블리비언』(2006), 『스카이림』(2011)은 어디든 걸어가 무엇이든 해 볼 수 있는 RPG를 대표했습니다.
- 역사 배경: 유비소프트의 『어쌔신 크리드』(2007)는 실제 역사 속 도시를 무대로 삼았습니다. 높은 탑에 올라 주변 지도를 밝히는 방식은 유비소프트의 다른 시리즈와 여러 게임에 퍼져 '유비소프트 타워'라는 별명이 붙었습니다.
- 서부극: 록스타의 『레드 데드 리뎀션』(2010)은 미국 서부를 무대로 삼았습니다.
- 샌드박스: 모장의 『마인크래프트』(2011년 정식 출시)는 절차적으로 생성되는 거의 끝없는 세계에서 블록을 쌓고 부수는 창작의 자유를 주었습니다.
2010년대 후반 이후: 체크리스트에서 시스템으로
2010년대 중반에는 지도에 표시된 아이콘을 하나씩 지우는 식의 반복적인 설계에 대한 피로감도 커졌습니다. 이에 대한 답으로 여러 방향의 작품이 나왔습니다.
CD 프로젝트 레드의 『위쳐 3: 와일드 헌트』(2015)는 곁가지 퀘스트까지 이야기의 밀도를 높였습니다. 헬로 게임즈의 『노 맨즈 스카이』(2016)는 절차적 생성으로 사실상 끝없는 우주를 만들었지만, 출시 당시에는 할 일이 반복적이라는 비판을 받았고 이후 업데이트로 내용을 보강했습니다.
2017년 닌텐도의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는 개발자들 사이에서 오픈 월드 설계의 전환점으로 불렸습니다. 지도에 할 일을 잔뜩 표시하는 대신, 눈에 보이는 곳은 대부분 올라갈 수 있게 하고, 불·바람·전기 같은 물리·화학 규칙이 서로 반응하게 해 플레이어가 스스로 해법을 찾게 했습니다. 록스타의 『레드 데드 리뎀션 2』(2018)는 세밀한 세계 묘사를, 프롬소프트웨어의 『엘든 링』(2022)은 안내를 최소화한 넓은 세계와 높은 난이도의 전투를 결합했습니다.
시대별 대표작 한눈에 보기
| 연도 | 게임 | 개발사 | 의의 |
|---|---|---|---|
| 1984 | 엘리트 | 데이비드 브레이븐, 이언 벨 | 절차적 생성으로 만든 자유로운 우주 |
| 1986 | 젤다의 전설 | 닌텐도 | 열린 세계 탐험의 고전 |
| 1996 | 엘더 스크롤 II: 대거폴 | 베데스다 | 거대한 절차적 세계와 역할의 자유 |
| 1996 | 슈퍼 마리오 64 | 닌텐도 | 3D 자유 이동의 기준 |
| 1999 | 쉔무 | 세가 | 생활하는 '열린 도시' |
| 2001 | 그랜드 테프트 오토 III | DMA 디자인 | 3D 도시형 오픈 월드의 정착 |
| 2007 | 어쌔신 크리드 | 유비소프트 몬트리올 | 역사 도시와 탑 공개 구조 |
| 2011 | 엘더 스크롤 V: 스카이림 | 베데스다 게임 스튜디오 | 판타지 오픈 월드 RPG의 대중화 |
| 2011 | 마인크래프트 | 모장 | 샌드박스와 절차적 세계 |
| 2017 |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 | 닌텐도 | 시스템 중심 오픈 월드 |
| 2022 | 엘든 링 | 프롬소프트웨어 | 안내를 줄인 탐험과 고난도 전투 |
오픈 월드 설계의 과제
넓은 세계를 만드는 일은 단순히 땅을 크게 만드는 것과 다릅니다. 개발자들이 자주 부딪히는 과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 자유와 이야기의 균형: 플레이어가 언제 어디로 갈지 모르기 때문에, 이야기를 임무 단위로 나누거나 곁가지 퀘스트로 흩어 놓는 방법을 씁니다.
- 길 안내: 지도를 처음부터 다 보여 줄지, 탑이나 높은 곳에서 직접 발견하게 할지, 눈에 띄는 지형으로 자연스럽게 이끌지 정해야 합니다.
- 밀도: 넓은 공간이 비어 있으면 지루하고, 아이콘으로 가득하면 숙제처럼 느껴집니다. 볼거리와 할 거리를 어떤 간격으로 둘지가 중요합니다.
- 기술: 로딩 화면 없이 이어지는 세계를 위해, 플레이어가 다가가는 지역의 데이터를 미리 불러오는 '레벨 스트리밍'을 씁니다. 저장 장치가 빨라질수록 더 매끄러운 세계가 가능해졌습니다.
- 제작 규모: 모든 구역을 손으로 채우려면 많은 인력과 시간이 듭니다. 그래서 절차적 생성으로 일부를 자동으로 만들고, 사람이 다듬는 방식을 함께 씁니다. 범위가 넓은 만큼 버그와 어색한 부분이 생기기 쉬운 것도 숙제입니다.
오늘날의 오픈 월드
지금 오픈 월드는 대형 게임의 기본값처럼 쓰입니다. 액션 어드벤처와 RPG뿐 아니라 레이싱, 생존 크래프팅, 온라인 게임까지 넓은 세계를 갖추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편으로는 무조건 넓게 만들기보다 크기를 줄이고 밀도를 높이거나,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처럼 규칙끼리의 상호작용으로 할 거리를 만들어 내는 방향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2023년 『젤다의 전설 티어스 오브 더 킹덤』은 하늘과 지하까지 세계를 넓히고 물건을 조립하는 기능을 더해 이 흐름을 이어 갔습니다.
1980년대 작은 메모리 안에 우주를 담으려던 시도에서 시작해, 오픈 월드는 플레이어에게 "어디로 갈지, 무엇을 할지"를 맡기는 설계로 자리 잡았습니다. 앞으로도 핵심은 크기보다, 그 세계가 플레이어의 호기심에 얼마나 잘 답해 주는지에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