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스트리밍의 역사: 아프리카TV·트위치·유튜브에서 치지직까지
남이 게임하는 모습을 보는 문화는 어떻게 거대한 산업이 되었을까요? 렛츠 플레이 영상, 아프리카TV와 별풍선, 저스틴.tv에서 나온 트위치, 유튜브 게이밍, 트위치의 한국 철수와 치지직·SOOP의 등장까지 정리합니다.
예전에는 "남이 게임하는 걸 왜 봐?"라는 말이 흔했습니다. 지금은 수많은 사람이 저녁마다 좋아하는 스트리머의 방송을 켜 두고, 채팅으로 함께 웃고, 후원으로 응원합니다. 게임 스트리밍은 e스포츠 중계, 게임 홍보, 개인 방송인의 직업까지 아우르는 큰 산업이 되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게임 영상 문화가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한국의 아프리카TV와 미국의 트위치가 각각 어떻게 성장했는지, 그리고 2024년 트위치의 한국 철수 이후 국내 스트리밍 시장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순서대로 살펴봅니다.
게임을 '보는' 문화의 시작
게임 플레이를 보여 주는 콘텐츠는 인터넷 방송보다 먼저 텔레비전에 있었습니다. 프랑스의 게임 채널 프로그램 「레벨 원」(1998~2002)은 진행자가 게임 초반을 직접 하며 해설했고, 일본의 「게임센터 CX」(2003년 시작)는 진행자가 고전 게임을 하루 안에 깨는 데 도전하는 형식으로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한국에서는 1990년대 말부터 게임 전문 케이블 채널이 스타크래프트 리그를 중계하며 "게임을 보는 재미"를 대중에게 알렸습니다.
인터넷에서는 '렛츠 플레이(Let's Play)'라는 형식이 생겼습니다. 공략처럼 정보를 주는 것보다 플레이하는 사람의 반응과 해설, 개성을 보여 주는 데 초점을 둔 영상입니다. 미국의 인터넷 커뮤니티 '섬싱 오풀(Something Awful)' 포럼에서 2000년대 중반 스크린숏과 글로 게임 진행을 보여 주던 연재가 시작이었고, 2007년 무렵 이 이름이 굳어졌습니다.
2005년 유튜브가 등장하면서 렛츠 플레이는 영상으로 옮겨 갔습니다. 대표적인 인물이 스웨덴의 유튜버 퓨디파이(PewDiePie)입니다. 2010년 채널을 만들어 공포 게임과 액션 게임 플레이 영상을 올렸고, 2013년 8월 15일 유튜브 구독자 수 1위가 되었습니다. 게임 영상이 유튜브에서 가장 큰 장르 가운데 하나라는 것을 보여 준 사건이었습니다.
한국의 선구자: 아프리카TV와 별풍선
실시간 인터넷 개인 방송에서는 한국이 일찍 출발했습니다. 2005년 5월 'W'라는 이름으로 시험 서비스를 시작한 플랫폼이 2006년 '아프리카(afreeca)'로 정식 출범했고, 2012년 4월 '아프리카TV'로 이름을 바꾸었습니다. 별도의 방송 장비 없이 PC 화면과 웹캠만으로 누구나 생방송을 할 수 있었고, 시청자와 방송인이 실시간 채팅으로 소통했습니다.
아프리카TV의 가장 큰 특징은 '별풍선'이라는 후원 아이템이었습니다. 시청자가 돈을 내고 산 별풍선을 방송인에게 선물하면, 방송인은 이를 현금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개인 방송이 직업이 될 수 있는 수익 구조를 일찍 만든 것입니다. 한편 후원을 받기 위한 자극적인 방송이 사회 문제로 보도되는 등 그림자도 함께 따라왔습니다.
아프리카TV는 게임을 중심으로 e스포츠 사업도 넓혔습니다. 2015년 곰TV의 e스포츠 사업 부문과 스튜디오를 인수해 '프릭업 스튜디오'로 바꾸었고, 같은 해 스타크래프트 II 리그(GSL) 운영권을 넘겨받았으며 프로게임단 '아프리카 프릭스'를 창단했습니다. 그리고 2024년 10월 15일, 아프리카 대륙과 혼동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브랜드를 'SOOP(숲)'으로 바꾸어 다시 출범했습니다.
저스틴.tv에서 트위치로
세계 게임 스트리밍의 중심이 된 트위치는 뜻밖의 실험에서 나왔습니다. 2007년 3월 19일 저스틴 칸은 모자에 웹캠을 달고 자신의 일상을 24시간 생중계하는 '저스틴.tv'를 시작했습니다. 이른바 '라이프캐스팅'이었습니다. 이후 저스틴.tv는 누구나 자기 채널을 열어 방송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바뀌었는데, 여러 분류 가운데 게임 방송이 가장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회사는 2011년 6월 게임 방송만 따로 떼어 '트위치TV'를 열었습니다. 이름은 빠른 반응 속도가 중요한 게임 플레이를 뜻하는 'twitch gameplay'에서 따왔습니다. 성장은 매우 빨랐습니다.
| 시기 | 사건 |
|---|---|
| 2011년 6월 | 트위치TV 공개 시험 서비스 시작 |
| 2013년 10월 | 월 순방문자 4,500만 명 |
| 2014년 2월 | 미국 인터넷 피크 시간 트래픽 4위(넷플릭스·구글·애플 다음). 「트위치 플레이스 포켓몬」 화제 |
| 2014년 8월 | 저스틴.tv 종료, 아마존이 9억 7,000만 달러에 인수 |
| 2015년 | 월 시청자 1억 명 돌파 |
| 2015년 10월 | 그림·창작 방송을 위한 '크리에이티브' 분류 추가 |
2014년 2월의 「트위치 플레이스 포켓몬」은 스트리밍만의 재미를 잘 보여 주었습니다. 시청자가 채팅으로 입력한 명령이 그대로 게임 조작이 되어, 수만 명이 한꺼번에 「포켓몬스터 레드」를 함께 플레이했습니다. 게임과 생방송, 시청자 참여가 합쳐진 새로운 오락이었습니다.
트위치는 한국 방송 문화에서 영향을 받기도 했습니다. 2016년 7월 시험적으로 도입한 '소셜 이팅' 분류는 한국의 먹방, 그리고 한국 게임 방송인들이 방송 중간에 식사하던 모습에서 영감을 얻은 것입니다.
유튜브와 경쟁자들
트위치의 성공에 다른 회사들도 뛰어들었습니다.
- 유튜브: 2014년 트위치 인수를 추진했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결국 아마존이 인수했습니다. 유튜브는 2015년 8월 게임 전용 앱 '유튜브 게이밍'을 내놓았고, 2019년 5월 별도 앱을 접고 본 앱의 게임 분류로 합쳤습니다. 이미 녹화 영상에서 압도적인 위치에 있던 유튜브는 생방송과 다시보기, 짧은 영상을 한곳에서 제공하는 강점을 살렸습니다.
- 믹서(Mixer): 마이크로소프트가 2016년 인수한 방송 서비스로, 지연 시간이 짧고 시청자 참여 기능이 강했습니다. 2019년 트위치의 유명 스트리머 닌자와 슈라우드를 영입해 화제가 되었지만, 시장 점유율을 늘리지 못해 2020년 7월 22일 문을 닫았습니다.
- 킥(Kick): 2022년 출범한 서비스로, 느슨한 운영 정책과 스트리머에게 더 많은 수익 배분을 내세워 트위치의 경쟁자로 떠올랐습니다.
믹서의 사례는 스트리밍 시장에서 "유명 스트리머 몇 명을 데려오는 것"만으로는 시청자를 붙잡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 주었습니다. 시청자는 결국 습관, 친구, 커뮤니티가 있는 곳에 머무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트위치의 한국 철수
한국 시장에서 트위치는 한때 게임 스트리밍의 중심이었습니다. 하지만 망 사용료 문제가 발목을 잡았습니다. 트위치는 한국의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에게 내야 하는 네트워크 비용 부담을 이유로 2022년 9월 한국의 방송 화질을 720p로 제한했고, 2023년 2월에는 다시보기(VOD)도 막았습니다.
결국 트위치는 2023년 12월 6일 한국 사업을 접겠다고 발표했고, 2024년 2월 27일 한국 서비스를 종료했습니다. 한국 스트리머는 더 이상 트위치에서 수익을 얻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2024년 2월 방송통신위원회는 트위치가 정당한 이유 없이 서비스 품질을 낮춰 이용자의 이익을 해쳤다며 과징금 4억 3,500만 원을 부과했습니다.
치지직의 등장과 SOOP
트위치 철수 소식이 나오자 많은 스트리머가 새 플랫폼을 찾아야 했습니다. 이 틈을 타 네이버가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 '치지직(CHZZK)'을 내놓았습니다. 2023년 12월 19일 베타 서비스를 시작했고, 2024년 5월 9일 정식 출시했습니다.
치지직은 트위치와 비슷한 화면 구성과 다시보기·클립 기능을 갖춰 기존 트위치 이용자가 옮겨 오기 쉽도록 만들었습니다. 후원 화폐 '치즈'는 네이버페이로 결제할 수 있고, 네이버 카페와도 연동됩니다. 기존 네이버 게임 앱이 치지직 앱으로 바뀌었고, 이후 스마트 TV 앱도 나왔습니다.
같은 시기 아프리카TV는 SOOP으로 브랜드를 바꾸며 새 출발을 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한국 게임 스트리밍 시장은 SOOP, 치지직, 그리고 유튜브가 경쟁하는 구도로 바뀌었습니다. 많은 스트리머가 한 플랫폼에서 생방송을 하고, 편집 영상과 짧은 영상은 유튜브에 올리는 방식으로 활동합니다.
스트리밍이 게임 산업에 끼친 영향
게임 스트리밍은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게임 산업 자체를 바꾸었습니다.
- 새로운 홍보 창구: 인기 스트리머가 한 번 플레이하면 무명 인디 게임이 하루아침에 알려지기도 합니다. 개발사들은 출시 전 스트리머에게 게임을 먼저 보내는 일을 중요한 홍보 활동으로 여깁니다.
- '보기 좋은 게임'의 등장: 시청자 반응이 크게 나오는 게임, 여럿이 함께 해서 돌발 상황이 많은 게임, 채팅으로 시청자가 참여할 수 있는 게임이 인기를 얻었습니다.
- e스포츠의 성장: 대회 중계가 TV 채널에서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옮겨 가면서, 전 세계 누구나 무료로 경기를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 새로운 직업: 스트리머, 방송 편집자, 방송 매니저 같은 직업이 생겼습니다. 반면 장시간 방송으로 인한 건강 문제, 악성 채팅, 자극적인 콘텐츠 경쟁 같은 문제도 함께 커졌습니다.
정리
게임 스트리밍의 역사는 "혼자 하던 게임을 함께 보는 경험"으로 바꾼 과정입니다. 텔레비전 게임 프로그램에서 렛츠 플레이 영상, 아프리카TV와 트위치의 생방송, 그리고 치지직과 SOOP의 경쟁까지, 형식은 계속 바뀌었지만 핵심은 같습니다. 사람들은 게임 그 자체만큼이나, 게임을 하는 사람과 함께 웃고 놀라는 시간을 즐긴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