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트로 게임 수집 문화: 카트리지 수집부터 미개봉 게임 경매까지
레트로 게임이란 무엇인지, 1990년대 팬진에서 시작된 수집 문화, 등급 평가와 100만 달러 경매 논란, 미니 콘솔과 FPGA 기기, 게임 보존 문제까지 레트로 게임 수집의 흐름을 정리합니다.
오래된 게임기를 다시 꺼내 전원을 켜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중고 장터에서 카트리지를 찾고, 상자와 설명서까지 갖춘 '완품'을 모으고, 브라운관 TV를 일부러 구해 옛 화면 그대로 게임을 즐기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흐름을 묶어 '레트로 게임' 문화라고 부릅니다.
이 글에서는 레트로 게임이 무엇을 뜻하는지, 수집 문화가 어떻게 생겨나 커졌는지, 그리고 미개봉 게임이 100만 달러 넘게 팔리면서 생긴 논란과 게임 보존 문제까지 차례로 살펴봅니다.
레트로 게임이란
영어 위키백과는 레트로 게이밍을 "이전 시대의 컴퓨터, 게임기, 게임을 플레이하고 수집하는 것"으로 설명합니다. 보통 이미 생산이 끝난 기기를 대상으로 하지만, 이식판이나 모음집, 에뮬레이션으로 최신 기기에서 즐기는 것도 포함됩니다.
어디부터가 '레트로'인지는 의견이 갈립니다. 대략 세 가지 기준이 자주 쓰입니다.
| 기준 | 레트로의 마지막 세대 | 대표 기기 |
|---|---|---|
| 2D에서 3D로의 전환 | 4세대 | 슈퍼 패미컴, 메가드라이브 |
| 2000년 전후 온라인 게임의 확산 | 5세대 | 플레이스테이션, 닌텐도 64 |
| 아날로그 → 디지털 영상 출력, 4:3 → 16:9 화면 | 6세대 | 플레이스테이션 2, 게임큐브 |
일본의 게임 방송 「게임센터 CX」는 발매 20년이 지난 게임기를 레트로 도전 대상으로 삼는 기준을 씁니다. 수집가들 사이에서는 보통 발매 후 15~20년쯤 지나면 어린 시절 게임이 '레트로' 대접을 받기 시작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레트로의 범위는 해마다 조금씩 넓어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레트로 게임을 찾는 이유로는 흔히 세 가지가 꼽힙니다. 특정 시대에 대한 향수, 옛 게임이 더 독창적이었다는 생각, 그리고 단순한 구조가 주는 즐거움입니다.
팬진과 인터넷에서 시작된 수집 문화
레트로 게임 팬덤은 1990년대 초중반 직접 만든 소식지(팬진)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미국에서는 「2600 커넥션」, 「디지털 프레스」 같은 팬진이 아타리 2600 시절 게임 정보를 나눴습니다. 이후 인터넷이 퍼지면서 유즈넷의 고전 게임 토론 그룹과 개인 홈페이지가 정보 교류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이 시기에는 "게임 업계가 1985년 이전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옛 게임이 재발매되는 일이 드물었습니다. 그러다 1990년대 중반 「남코 뮤지엄」 같은 고전 게임 모음집이 나오기 시작했고, 개인용 컴퓨터 성능이 좋아지면서 패미컴(NES)이나 게임보이를 흉내 내는 에뮬레이터도 널리 퍼졌습니다.
2000년대 초에는 이베이 같은 온라인 경매 사이트가 수집의 판을 바꾸었습니다. 어느 지역에서나 희귀한 카트리지를 찾아 살 수 있게 되자, 특정 기기의 모든 게임을 모으는 '풀세트' 수집이 유행했습니다. 북미에서는 NES가 가장 인기 있는 대상이었습니다. 이 무렵까지는 게임이 잘 작동하기만 하면 상자 상태를 크게 따지지 않았고, 가격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는 희귀성이었습니다.
수집가는 무엇을 모으는가
레트로 게임 수집은 사람마다 방식이 매우 다릅니다. 대표적인 유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플레이용 수집: 직접 하려고 카트리지나 디스크만 모읍니다. 가장 흔하고 비용도 적게 듭니다.
- 완품(CIB) 수집: 상자, 설명서, 본체(카트리지)를 모두 갖춘 상태로 모읍니다. 일본에서는 흔히 '박스·설명서 있음'으로 표시합니다.
- 미개봉 수집: 포장을 뜯지 않은 신품을 모읍니다. 가격이 가장 높고 투자 성격이 강합니다.
- 기기·주변기기 수집: 지역별 본체, 한정판 색상, 특이한 주변기기 등을 모읍니다.
- 테마 수집: 특정 장르, 특정 캐릭터, 특정 개발사의 게임만 모읍니다.
수집가들이 조심하는 것도 있습니다. 인기 게임일수록 정품처럼 보이도록 만든 해적판(부트렉)이 많아서, 수집 커뮤니티는 라벨 인쇄, 기판 모양, 나사 종류 등으로 진품을 가리는 가이드를 공유합니다. 또 오래된 카트리지 가운데는 세이브 데이터를 지키는 내장 배터리가 수명을 다해 저장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있어, 배터리 교체가 수집가의 기본 기술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등급 평가와 100만 달러 경매
2010년대에는 만화책이나 동전을 모으던 수집가들이 게임을 새로운 장기 투자 대상으로 보기 시작했습니다. 큰 변화는 2018년에 일어났습니다. 와타 게임즈(Wata Games)라는 회사가 게임의 상자, 매체, 설명서 상태를 10점 만점으로 평가하는 기준을 만들었고, 평가한 게임을 투명한 플라스틱 케이스에 밀봉해 주었습니다. 만화책 등급 평가에서 쓰던 방식을 게임에 옮겨 온 것입니다.
이후 미국의 경매 회사 헤리티지 옥션이 2019년 1월부터 게임을 경매에 올리기 시작했고, 기록이 빠르게 깨졌습니다.
| 시기 | 게임 | 낙찰가(미국 달러) |
|---|---|---|
| 2019년 2월 | 슈퍼 마리오브라더스(9.4 등급) | 약 10만 |
| 2020년 7월 | 슈퍼 마리오브라더스(9.4 등급) | 11만 4천 |
| 2021년 4월 | 슈퍼 마리오브라더스(9.6 등급) | 66만 |
| 2021년 7월 | 젤다의 전설(초판 추정) | 87만 |
| 2021년 7월 | 슈퍼 마리오 64(9.8 등급) | 156만 |
| 2021년 8월 | 슈퍼 마리오브라더스(9.8 등급) | 200만 |
이런 가격은 큰 논란을 낳았습니다. 같은 경매 기간에 9.4 등급 「슈퍼 마리오 64」는 2만 8,800달러에 팔렸는데, 9.8 등급이라는 이유만으로 가격이 50배 이상 뛴 것이 이상하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게임 역사가 프랭크 시팔디는 등급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이 급등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게임의 역사적 의미보다 등급 숫자에 반응하는 다른 분야의 투자형 수집가들이 시장을 끌어올린다는 분석도 나왔고, 와타가 시장을 조작했다고 주장하는 집단 소송도 제기되었습니다.
오래 게임을 모아 온 수집가들에게 이런 흐름은 양면적이었습니다. 창고에 잠들어 있던 미개봉 게임이 많이 발견되는 계기가 되었지만, 그만큼 수집 비용이 크게 올랐기 때문입니다.
미니 콘솔과 FPGA: 다시 만드는 옛 기계
원본 기기가 비싸지고 낡아 가자, 회사들은 옛 게임을 새 기기에 담아 다시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 NES 클래식 에디션: 닌텐도가 2016년 11월에 내놓은 작은 패미컴(NES) 모양 기기로, 30개 게임이 들어 있고 HDMI로 연결됩니다. 2017년 4월 생산을 멈출 때까지 약 230만 대가 팔렸고, 품귀 현상으로 되팔이 가격이 크게 뛰기도 했습니다.
- 슈퍼 패미컴 클래식(SNES 클래식): 2017년에 나와 2018년 3월까지 500만 대 이상 팔렸습니다. NES와 SNES 클래식을 합친 판매량은 2018년 9월 기준 1,000만 대를 넘었습니다.
- 디지털 재발매: 2008년 시작된 GOG.com(옛 이름 Good Old Games)은 고전 PC 게임의 저작권자를 찾아 복제 방지 장치(DRM) 없이 다시 팔았습니다. 콘솔 회사들도 버추얼 콘솔이나 구독형 고전 게임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최근 수집가들 사이에서 주목받는 것은 FPGA 기기입니다. FPGA는 회로 구성을 바꿀 수 있는 반도체 칩으로, 소프트웨어로 흉내 내는 에뮬레이터와 달리 원래 기기의 하드웨어 동작을 거의 그대로 재현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21년 12월 나온 「아날로그 포켓」은 FPGA 칩으로 게임보이, 게임보이 컬러, 게임보이 어드밴스를 재현하고, 원본 카트리지를 그대로 꽂아 쓸 수 있습니다. 원본 카트리지는 모으고 싶지만 낡은 본체 대신 선명한 화면으로 즐기고 싶은 수집가에게 맞춘 제품입니다.
수집이 곧 보존이 되는 이유
레트로 게임 수집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 '보존' 활동으로 이야기되기도 합니다. 게임은 책이나 영화와 달리 특정 하드웨어가 있어야 실행됩니다. 기기가 단종되고 고장 나면 게임도 함께 사라질 수 있습니다. 플로피 디스크나 CD 같은 매체는 시간이 지나면 데이터가 손상되고, 온라인 서버에 의존하는 게임은 서비스가 끝나면 아예 할 수 없게 됩니다.
실제로 닌텐도는 2023년 3월 27일 닌텐도 3DS와 Wii U의 e숍에서 새 콘텐츠 구매를 종료했습니다. 이미 산 게임은 다시 내려받을 수 있지만, 그 기기에서만 디지털로 팔리던 게임은 더 이상 새로 살 수 없게 되었습니다.
미국의 비영리 단체 비디오 게임 역사 재단(VGHF)은 2023년 소프트웨어 보존 네트워크와 함께 2010년 이전 미국에서 나온 고전 게임이 지금 얼마나 정식으로 구할 수 있는지 조사했습니다. 결과는 약 13%만 현재 정식으로 구할 수 있고, 나머지 87%는 "심각한 멸종 위기"라는 것이었습니다. 게임보이 계열 게임은 디지털로 살 수 있는 비율이 5.8%에 그쳤습니다.
이 때문에 개인 수집가의 소장품이 박물관과 연구자에게 중요한 자료가 되기도 합니다. VGHF는 게임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개발 문서, 홍보 자료, 잡지, 사진까지 모으고 있고, 등급 평가 과정에서 발견된 시제품 정보를 받기 위해 와타와 협력하기도 했습니다.
전설이 된 수집품: 아타리 매립지
레트로 게임 수집 문화에서 자주 언급되는 이야기로 '아타리 매립지'가 있습니다. 1983년 북미 게임 시장 붕괴 시기, 아타리는 팔리지 않은 게임과 기기를 미국 뉴멕시코주 앨러모고도의 매립지에 묻었습니다. 오랫동안 「E.T.」 카트리지 수백만 개가 묻혔다는 도시 전설처럼 전해졌는데, 2014년 4월 26일 다큐멘터리 제작팀이 실제로 땅을 파서 게임을 찾아냈습니다. 아타리 관계자는 묻힌 양이 여러 게임을 합쳐 약 70만 개였다고 밝혔고, 그중 약 1,300개가 회수되었습니다. 일부는 박물관에 보내졌고 나머지는 경매로 팔려, 땅에 묻혔던 게임이 수집품이 되는 상징적인 장면을 만들었습니다.
레트로 게임을 시작하는 방법
처음 레트로 게임에 관심이 생겼다면 큰돈을 쓰기 전에 다음 순서를 권할 만합니다.
- 공식 재발매부터: 미니 콘솔이나 구독 서비스로 옛 게임을 먼저 즐겨 보며 어떤 기기와 장르가 맞는지 확인합니다.
- 목표를 좁히기: "좋아하는 시리즈만", "어린 시절 했던 게임만"처럼 기준을 정하면 비용을 조절하기 쉽습니다.
- 상태 확인 습관: 라벨, 단자 부식, 배터리 상태를 확인하고, 시세보다 지나치게 싼 물건은 해적판일 가능성을 의심합니다.
- 보관 환경: 직사광선과 습기를 피하고, 상자는 눌리지 않게 세워 보관합니다.
레트로 게임 문화가 보여 주는 것은 게임도 시간이 지나면 문화유산이 된다는 사실입니다. 오늘 우리가 즐기는 픽셀 그래픽 퍼즐 게임과 인디 게임도 이 오래된 게임들의 디자인을 이어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