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 게임의 역사: 센소라마와 버추얼 보이부터 오큘러스·퀘스트·하프라이프 알릭스까지
1960년대 센소라마와 다모클레스의 검, 1990년대 버추얼리티 오락실과 실패한 버추얼 보이, 오큘러스 리프트의 킥스타터, 독립형 퀘스트와 하프라이프 알릭스까지 VR 게임이 걸어온 길을 정리합니다.
헤드셋을 쓰면 눈앞에 다른 세계가 펼쳐지고, 고개를 돌리면 그 세계도 함께 돌아갑니다. 가상현실(VR) 게임은 화면 '밖'에서 보던 게임을 화면 '안'으로 들어가 경험하게 만듭니다. 오늘날에는 선 없이 혼자 작동하는 헤드셋으로 집에서 VR 게임을 즐길 수 있지만, 여기까지 오는 데는 60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 글에서는 VR의 초기 실험부터 1990년대의 첫 붐과 실패, 2010년대 오큘러스 리프트가 연 새로운 시대, 그리고 독립형 헤드셋과 '킬러 앱'의 등장까지 VR 게임의 역사를 순서대로 살펴봅니다.
1960년대: 오감을 속이는 기계
VR의 뿌리는 컴퓨터 게임보다도 오래되었습니다. 미국의 영화인 모턴 하일리그는 1950년대에 관객의 모든 감각을 끌어들이는 '체험 극장'을 꿈꾸었고, 1962년 '센소라마(Sensorama)'라는 기계를 만들었습니다. 사용자는 오토바이 모양 의자에 앉아 입체 컬러 화면으로 뉴욕 거리를 달리는 영상을 보았는데, 선풍기 바람과 소리, 의자 진동은 물론 버스 옆을 지날 때는 배기가스 냄새, 피자 가게 앞에서는 피자 냄새까지 났습니다. 다만 정해진 영상을 보여 줄 뿐, 사용자의 행동에 반응하지는 않았습니다.
1968년에는 컴퓨터 과학자 아이번 서덜랜드가 학생들과 함께 머리에 쓰는 디스플레이(HMD)를 만들었습니다. 장치가 너무 무거워 천장에 매달아야 했고, 그 모습 때문에 '다모클레스의 검'이라는 별명이 붙었습니다. 컴퓨터가 그린 간단한 입체 도형을 머리 움직임에 맞춰 보여 준 이 장치는 최초의 증강현실·가상현실 디스플레이 가운데 하나로 꼽힙니다.
1980년대 후반에는 아타리 출신 재런 래니어 등이 세운 VPL 리서치가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이라는 말을 널리 퍼뜨렸습니다. 이 회사의 손가락 움직임을 읽는 장갑 '데이터글러브'는 1989년 패미컴(NES)용 주변기기 '파워 글러브'로 이어졌습니다. 약 100만 개가 팔렸지만 조작이 정확하지 않아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1990년대: 첫 번째 VR 붐
1990년대 초에는 VR이 곧 미래의 게임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습니다. 1992년 영화 「론머맨」도 VR 헤드셋의 이미지를 대중에게 각인시켰습니다.
오락실의 버추얼리티
가장 먼저 상업적으로 성공한 VR 게임기는 오락실에 있었습니다. 영국의 W 인더스트리(1993년 '버추얼리티 그룹'으로 이름 변경)는 1990년 런던 전시회에서 '버추얼리티' 시스템을 공개했습니다. 입체 헤드셋, 머리 위치 추적, 여러 기기를 연결한 멀티플레이를 갖춘 기계였습니다. 가정용 기기로는 따라 할 수 없는 경험을 주려는 오락실 업계의 시도였지만, 비싼 가격과 유지 비용 때문에 오래 운영되기 어려웠습니다.
세가 VR과 VR-1
세가는 1990년대 초 메가드라이브(제네시스)용 VR 헤드셋 '세가 VR'을 개발해 전시회에서 선보였습니다. 하지만 개발 문제로 출시가 미뤄지다 결국 취소되었습니다. 대신 세가는 1994년 테마파크용 VR 체험 기구 'VR-1'을 내놓아, 머리 추적 기술 일부를 오락 시설에서 활용했습니다.
닌텐도 버추얼 보이의 실패
가정용 시장에서 가장 유명한 시도이자 실패는 1995년 닌텐도의 '버추얼 보이'입니다. 게임보이를 만든 요코이 군페이가 개발을 이끌었고, 입체 3D 그래픽을 보여 주는 첫 게임기로 홍보되었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많았습니다.
- 빨간색 단색 화면: 비용을 줄이려고 빨간 LED만 썼기 때문에 화면이 빨강과 검정뿐이었습니다.
- 불편한 자세: 머리에 쓰는 것이 아니라 받침대에 올려 두고 얼굴을 대야 해서, 휴대용도 거치형도 아닌 애매한 형태였습니다.
- 건강 문제: 두통, 어지러움, 눈의 피로를 호소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버추얼 보이는 1996년 생산이 중단되었고, 나온 게임은 22개에 그쳤습니다. 판매량은 약 77만 대로 닌텐도 단독 게임기 가운데 가장 적었습니다.
1990년대 VR이 실패한 이유는 결국 기술이었습니다. 컴퓨터 그래픽 성능은 실감 나는 3D 세계를 빠르게 그리기에 부족했고, 화면 지연과 낮은 해상도는 멀미를 일으켰습니다. 이후 2000년대까지 VR은 주로 대학과 연구소의 실험 주제로 남았습니다.
2012년: 오큘러스 리프트와 킥스타터
VR을 다시 살려 낸 사람은 미국의 청년 파머 러키였습니다. 그는 2011년 18세의 나이로 캘리포니아 롱비치 부모님 집 차고에서 넓은 시야각을 가진 VR 헤드셋 시제품을 만들었습니다. 스마트폰 보급으로 값싸고 성능 좋은 디스플레이와 움직임 센서를 구할 수 있게 된 것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 시제품을 써 본 사람이 「둠」의 개발자 존 카맥이었습니다. 카맥은 지금껏 써 본 HMD 가운데 가장 몰입감이 뛰어나다고 평가했고, 2012년 E3에서 오큘러스 리프트 시제품으로 게임을 시연했습니다. 같은 해 8월 1일 오큘러스는 킥스타터 모금을 시작해 개발자용 키트(DK1)를 300달러에 팔았습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2014년 페이스북(현 메타)이 오큘러스를 20억 달러에 인수했고, 2016년 3월 첫 소비자용 제품 '오큘러스 리프트 CV1'이 나왔습니다. 같은 해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VR'과 밸브·HTC의 'HTC 바이브'도 출시되면서, 2016년은 소비자 VR의 원년처럼 불리게 되었습니다. 밸브는 2019년 자체 헤드셋 '밸브 인덱스'도 내놓았습니다.
| 연도 | 기기 | 특징 |
|---|---|---|
| 1995 | 닌텐도 버추얼 보이 | 빨간 단색 입체 화면, 상업적 실패 |
| 2013 | 오큘러스 리프트 DK1 | 개발자용 키트, 킥스타터로 시작 |
| 2014 | 구글 카드보드 | 종이 상자와 스마트폰으로 만드는 VR |
| 2016 | 오큘러스 리프트 CV1, HTC 바이브, 플레이스테이션 VR | 소비자용 고성능 VR의 본격 시작 |
| 2019 | 오큘러스 퀘스트 | PC 없이 작동하는 독립형 6자유도 헤드셋 |
| 2020 | 오큘러스 퀘스트 2 | 가볍고 저렴해 대중화를 이끎 |
| 2023 | 플레이스테이션 VR2, 메타 퀘스트 3 | 고해상도 OLED(PS VR2), 컬러 혼합현실(퀘스트 3) |
| 2024 | 애플 비전 프로 | 공간 컴퓨팅을 내세운 고가 헤드셋 |
값싼 VR의 실험: 카드보드에서 라보까지
비싼 헤드셋과 별개로, 스마트폰을 이용한 값싼 VR도 시도되었습니다. 구글은 2014년 6월 골판지를 접어 만드는 '구글 카드보드'를 공개했고, 삼성은 오큘러스와 함께 2015년 갤럭시 스마트폰용 '기어 VR'을 내놓았습니다(기어 VR 서비스는 2020년 종료). 닌텐도도 2019년 골판지 장난감 시리즈의 하나로 '닌텐도 라보 VR 키트'를 출시했습니다. 이런 기기는 VR을 처음 경험하는 문턱을 낮췄지만, 머리 위치를 추적하지 못하는 등 한계가 있었습니다.
킬러 앱을 찾아서: 비트 세이버와 하프라이프 알릭스
하드웨어가 나왔지만 VR은 기대만큼 빠르게 퍼지지 않았습니다. 2018년까지 VR 기기 판매는 1,000만 대에 못 미쳤고, 가장 큰 이유로 '킬러 앱'의 부재가 꼽혔습니다. 사람들이 기기를 사게 만들 만큼 강력한 게임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작은 스튜디오에서 먼저 성공작이 나왔습니다. 2018년 5월 앞서 해보기로 나온 리듬 게임 「비트 세이버」는 날아오는 블록을 음악에 맞춰 광선검으로 베는 단순한 게임이었지만, 몸을 움직이는 VR의 장점을 가장 잘 살린 게임으로 평가받았습니다. 2021년 2월까지 400만 장 넘게 팔렸고, 개발사 비트 게임즈는 2019년 오큘러스 스튜디오에 인수되었습니다. 시간이 플레이어가 움직일 때만 흐르는 「슈퍼핫 VR」도 대표적인 성공작입니다.
그리고 2020년 3월, 밸브가 「하프라이프: 알릭스」를 내놓았습니다. 하프라이프 시리즈의 정식 신작을 처음부터 VR 전용으로 만든 것입니다. 손으로 물건을 집고 던지고, 장갑 모양 도구 '그래비티 글러브'로 멀리 있는 물건을 끌어당기는 조작은 VR만의 상호작용을 잘 보여 주었습니다. 멀미를 줄이기 위한 여러 이동 방식도 넣었습니다. 많은 언론이 알릭스를 VR의 첫 번째 '킬러 앱'으로 불렀고, 게임이 발표된 지 일주일 만에 밸브 인덱스 재고가 바닥났습니다.
독립형 헤드셋의 시대
VR 대중화의 또 다른 열쇠는 '선을 없애는 것'이었습니다. 초기 고성능 VR은 비싼 게이밍 PC와 케이블, 방 모서리에 설치하는 센서가 필요했습니다. 2019년 5월 나온 '오큘러스 퀘스트'는 PC 없이 헤드셋 혼자 작동하면서도, 헤드셋 앞쪽 카메라로 머리와 몸의 위치까지 추적했습니다.
2020년 10월 출시된 '오큘러스 퀘스트 2'는 더 가볍고 저렴해져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퀄컴은 2021년 11월 퀘스트 2가 전 세계에 최소 1,000만 대 출하되었다고 밝혔습니다. 페이스북이 메타로 이름을 바꾸면서 기기 이름도 '메타 퀘스트'가 되었고, 2023년 10월에는 컬러 카메라로 현실과 가상을 섞는 혼합현실 기능을 강화한 '메타 퀘스트 3'가 나왔습니다.
같은 해 2월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 5용 '플레이스테이션 VR2'를 내놓았고, 2024년에는 애플이 '애플 비전 프로'를 출시하며 VR·혼합현실 시장에 들어왔습니다.
VR 게임이 풀어야 할 과제
VR 게임은 여전히 몇 가지 숙제를 안고 있습니다.
- 멀미: 눈으로 보는 움직임과 몸이 느끼는 움직임이 다르면 멀미가 납니다. 순간 이동, 시야를 좁히는 효과, 제자리에서 즐기는 게임 구조 등으로 줄이고 있지만 완전히 없애지는 못했습니다.
- 무게와 착용감: 오래 쓰면 목과 얼굴에 부담이 갑니다. 기기를 가볍게 만드는 경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 공간: 몸을 움직이는 게임은 넓은 공간이 필요하고, 주변 사물과 부딪칠 위험도 있습니다.
- 콘텐츠와 시장 규모: 이용자 수가 아직 콘솔·모바일보다 적어, 큰 예산의 VR 전용 게임이 많이 나오지 않습니다.
정리
VR 게임의 역사는 "기술이 꿈을 따라잡는 과정"이었습니다. 1960년대의 센소라마와 다모클레스의 검은 아이디어를 보여 주었고, 1990년대의 붐은 기술이 아직 부족하다는 교훈을 남겼습니다. 스마트폰이 만든 값싼 부품과 오큘러스의 도전이 다시 문을 열었고, 비트 세이버와 하프라이프 알릭스, 독립형 퀘스트가 VR을 집 안으로 들여왔습니다.
VR에서는 손으로 직접 집고, 돌리고, 맞추는 경험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물리 퍼즐이나 공간 퍼즐처럼 손의 감각을 쓰는 장르는 VR과 특히 잘 어울리는 분야로 꼽힙니다.